꼬리표 없는 돈? 국세청은 다 압니다

부모님의 건강이 위독해지면, 자녀들은 슬픔 속에서도 현실적인 정리를 시작합니다. 그중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현금 인출'입니다.

"돌아가시고 나면 계좌가 동결되니 병원비랑 장례비 쓰게 미리 뽑아두자." "현금으로 뽑아서 나눠 가지면 상속세 안 내도 되지 않을까?"

현금에는 이름표가 없으니 국세청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ATM기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이는 세무조사를 자초하는 가장 위험한 행동입니다. 국세청은 사망일 기준 과거 10년 치 금융 거래 내역을 샅샅이 들여다볼 권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국세청

'2억 원'과 '5억 원'의 법칙 (추정상속재산)

상속세법에는 무시무시한 조항이 있습니다. 바로 '추정상속재산' 제도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일정 금액 이상의 돈을 인출했는데 "어디에 썼는지 자녀가 입증하지 못하면" 이를 상속받은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깁니다.

[국세청의 의심 기준]

  1. 1년 이내: 인출 금액이 2억 원 이상인 경우

  2. 2년 이내: 인출 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예를 들어, 돌아가시기 1년 전 3억 원을 현금으로 뽑아놨는데, 병원비 영수증 등 사용처를 증명하지 못하면? 그 3억 원은 고스란히 상속 재산에 포함되어 세금 폭탄을 맞게 됩니다.


병원비는 자녀 카드? NO! 부모님 카드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병원비 결제입니다. 효심 깊은 자녀들이 "제 카드로 먼저 긁을게요"라고 하거나, 부모님 통장에서 현금을 뽑아 병원비를 냅니다.

상속세를 줄이는 정석은 '부모님 명의의 카드'를 쓰거나 '부모님 계좌에서 병원으로 바로 이체'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재산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상속세 과세 표준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녀 돈으로 병원비를 냈다면, 나중에 그 돈을 상속 재산에서 공제받기 위해 복잡한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내 돈 쓰고 내가 고생하는" 꼴이 됩니다.


간병인 비용, 현금 줬다면 '수첩'이라도 써라

어쩔 수 없이 현금을 써야 할 때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간병인 비용'입니다. 많은 간병인들이 현금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반드시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1. 이체 기록: 가능하면 무조건 계좌 이체로 남기세요.

  2. 확인증: 현금을 줬다면 간병인의 자필 서명이 들어간 확인증이나 영수증을 받아두세요.

  3. 수첩/문자: 그것도 어렵다면, "몇 월 며칠 간병비 XX만 원 지급"이라고 적은 수첩, 간병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함께 찍은 사진이라도 남겨둬야 합니다.

국세청은 정황 증거라도 있어야 "아, 실제로 썼구나" 하고 인정해 줍니다. 아무 기록이 없으면 꼼짝없이 세금을 내야 합니다.


(▲ 현금 인출 영수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디에 썼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투명한 것이 가장 큰 절세다

"현금 뽑아서 숨기면 모를 거야"라는 생각은 20년 전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국세청 전산망(PCI 시스템)은 소득과 지출, 재산 변동을 한눈에 파악합니다.

부모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 세금 문제로 얼굴 붉히지 않으려면 기억하세요. "병원비는 부모님 카드로, 현금 인출은 최소한으로, 사용 내역은 꼼꼼하게." 이 3가지 원칙이 억울한 세금을 막는 최고의 방패입니다.